Fukuoka


                                         

Nakamura Mia


中村美亜. 국립 규슈대학 대학원 예술공학연구원 미래공생디자인 부문 교수. 예술사회학 전공.
리서치
︎성소수자 이슈나 아티스트를 전면에 내세웠던 예술기획 중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기획을 물으니,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의 <아시아미술로 보는 LGBTQ와 다양성사회>(2019년 12월~2020년 3월), 미술전문 월간잡지 <미술수첩>의 젠더 관련 기사들, 그리고 공연예술에서는 역시나 덤타입(Dumb Type)을 빼놓을 수 없다는 대답. 퀴어영화제나 성소수자 합창, 연주단의 활동 등 커밍아웃한 예술가가 점점 늘고 있고 퀴어한 예술가들이 예술계에 진입하는 허들이 낮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아키라 더 허슬러가 기획한 <리빙투게더 라운지> 프로젝트도 꼭 언급해야 할 작품으로 들었다. HIV감염자들이 쓴 편지를 일반시민, 공연장이었던 신주쿠에 온 다른 성소수자가 읽고 그 편지를 들은 뮤지션이 음악을 선곡해 라이브로 들려주는 종합예술적 성격의 프로젝트로, 한 달에 한번, 상당기간 이어졌는데, 개인의 목소리가 개인이 아닌 목소리가 되는 과정, 공감을 발생시키는 다른 방식의 시도였다고 평가된다. 이 프로젝트를 보고 비평하면서 서구의 성소수자 운동이 토론과 논의를 통해 진행됐다면, 일본은 공감과 공생감각을 통해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차이보다는 공통점과 공감에 소구하는 방식.

한국은 열심히 운동해도 변화가 없는데, 일본의 파트너십 인정, 퀴어임을 커밍아웃한 당사자 의원, 종교인, 교수 등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아 교수의 답변은 일본의 성소수자 역사에서 중요한 변화나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법정 투쟁이라고. 한 이슈에 대해 전국적으로 동시다발 재판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판례와 근거를 남기는 것이 유효했다고 생각한다고.

︎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예술사회학을 공부하며 성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있었고,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로 일본에 돌아와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트랜지션 후 10년 이상 현장에서의 운동과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병행했고, 지금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인권운동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사실 소개받아 연구실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 교수님의 성정체성을 알지 못했다. 국립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트랜스젠더 교수를, 조선출신인 나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 “헤테로들은 자기소개할 때 헤테로라고 쓰지 않는데, 왜 나는 꼭 써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어 어느 시점 이후에는 굳이 그런 자기소개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연극을 통해 만나고 공연을 하지만, 이것의 힘과 의미에 항상 비관적이라고 말하자, 미아 교수는 언어가 아닌 방식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고, 다양한 소수성을 가진 존재들이 자기 표현을 하는 것이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래서 본인은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 나아가 예술정책, 예술지원, 예술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얘기해주신다.
코멘트
“영국에서 진행한 연극에 대한 연구에서는 연극을 본 뒤 관객들이 1개월 후에 그 내용을 환기한다는 결과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러니 계속 하는 수밖에 없다. 변화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나카무라 미아 교수)





Nagatsu Yuichiro


長津 結一郎. 예술경영학 및 문화정책학 전공. 현재 국립 규슈대학 예술공학부 미래공생디자인 부문 교수.  



리서치
︎ 학부 때부터 장애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박사 논문이 <무대 위의 장애인>이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노인, 유아, 성소수자, 정신장애인의 자기표현(=예술) 현장에서 필드워크를 했다. 도쿄게이레즈비언영화제(현재 레인보우릴도쿄), 도쿄프라이드(현재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에서도 일했다. 2년차에 그 결과를 가지고 표현의 다양성에 대한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현장을 모르면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포용성에 대한 감각과 지향이 있는 프로듀서나 예술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복지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필드워크 3년차에 지금의 자리에 부임하게 됐다.

︎ 학부-석사-박사를 한 도쿄예술대학의 전공명이 음악환경문화학 분야 예술환경 창조 전공이기도 했고, 지금 소속이 ‘공학부’이다 보니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듣게 하는 디바이스나 연주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하는 기회가 자주 있다.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청각장애인에게 음악이 무엇인지 인터뷰하고 체험하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다. 소리가 곧 ‘진동’이라면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워크숍을 곧 열 계획이다.

학생들과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청각장애인과 예술창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주류성을 깨기 위함이다. 우리 공학부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유명한 음향기업의 엔지니어가 될 가능성이 큰데, 본인들이 가진 기술을 활용해도 그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다. 퀴어한 사고를 심어주고 싶은 셈이다.

︎장애예술은 누군가 표현을 하고 대화를 하게 해서 임파워먼트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장애예술이 모두 그런 목표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지금 일본에서 장애와 관련되어 제일 파급력이 있는 곳이 복지실험유닛 헤라르보니인데, 공동대표가 남성 쌍둥이이고, 그 형이 자폐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그 형이 항상 쓰던 단어가 현재 일본어에는 없는 단어인 ‘헤라르보니’. 그래서 회사 이름을 그렇게 짓고 세계를 바꿔보겠다는 포부로 사업을 시작했다. 가방, 넥타이부터 호텔 공간 디자인, 소셜아트뮤지엄까지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영역으로 사업이 확장되어 있다. 주류인 비장애인을 향한 전략으로서는 인정하지만, 과연 그 상품을 소비한다고 주류의 의식이 바뀔 것인가? 장애인이 만들었는지 몰랐다, 장애인이 만들었는데도 예쁘네, 같은 피드백을 과연 의식변화라고 할 수 있는가?

︎예술로 인해 다양한 삶과 만나고, 주류가 하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늘리고 싶다. 앨라이를 한 명이라도 늘리자. 내부에서만 공명하는 운동에는 관심이 없다. 요즘 석사 입시를 보면 면접에서 다들 SDGs(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LGBT 등의 단어를 언급한다. 그런 걸 보면 지금의 젊은이들은 기본적인 인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소수자성을 자기의 일로서 생각하길 바란다. 지금은 장애예술에만 공적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데, 우선은 장애인이지만 그 방법론을 그 다음 소수자를 위해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멘트
“장애인이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비장애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 배려’이다.”(나가츠 유이치로)




                         

Atelier Maru


工房まる. 마루는 ‘동그라미’라는 의미이다. 후쿠오카시에 있는 장애인작업장이자 지역활동지원센터. 복지사업소와 비영리활동법인 두 가지 성격의 사업자와 공간을 갖고 있다.

리서치
︎처음 방문한 공간은 장애인주간활동센터. 이곳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서예, 도예, 목공, 그림 중 자신이 원하는 반에 속해 각각의 작품활동을 하며 마루에서 낮시간을 보낸다. 무엇을 얼마나 그려야 한다는 의무는 없이 각자의 테이블에서 그리고 싶을 땐 그리고, 쉬고 싶을 땐 쉬고, 수다를 떨고 싶을 땐 수다를 떨며 동료들과 어울린다. 강제나 의무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음식의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고,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우스를 움직이며 가보고 싶은 도시를 그리기도 한다. 이곳의 대표, 조력스태프 누구도 예술을 전공하지는 않았고, 어떻게 그리고 어떻게 만들라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다만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각자의 특징에 맞는 도구들을 제안하고 원하는 참고자료를 프린트해서 전달하는 정도. 그리고 장애인들이 만든 작품 중에서 판매가 가능한 작품, 활용이 가능한 소재 등을 선별해 자체 온라인숍에 내놓는다.

︎두 번째 아틀리에에는 좀 더 작가주의적(?) 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의 공동 작업실이다. 작은 들꽃을 일주일 넘는 시간을 들여 커다란 도화지 한가득 세밀하게 그리는 분, 건물의 2층 구석, 위쪽으로 창이나 햇빛의 움직이는 공간에 커다란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렸다가는 흰색으로 덧칠하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는 분, 연필 끝을 깎아 동물 얼굴을 만드는 분 등, 작가로서의 기법과 취향이 이미 확고한 분들의 작업실. 그렸다가 덧칠하는 작가의 작업이 아깝다고 말하자, 이 작가의 창작활동을 옆에서 계속 찍고 있는 타임랩스 카메라를 보여준다. 이 작가의 그림은 정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 움직임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

대여섯명의 장애인이 매일매일 출근해 창작하는 작품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비장애인 스태프는 이들의 작업을 매일매일 꼼꼼하게 스캔해 아카이빙한다. 아카이빙된 작업들을 보다보면, 심리의 변화, 기술의 발전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장애인의 그림을 상품디자인에 활용하고 싶어 하는 기업 등의 클라이언트를 위한 포트폴리오 역할도 한다.

︎가끔은 함께 전시를 보고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예술과는 상관없는 여행을 가기도 한다. ‘예술’에 대한 경험과 조예가 깊은 마루의 장애인들에게는 후쿠오카의 장애예술지원센터를 통해 연극, 무용 등 다른 장르의 창작에도 참여할 정보와 기회가 자주 주어지는 편이고, 각자의 결정에 따라 마루에서는 서포트를 한다.
 
코멘트
마루의 철학

가령,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골똘히 생각해 보기도 하고
월급 받아 기뻐하거나
실수한 일에 좌절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거나
매일매일은 아주 아주 평범한 일들의 축적.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혼자가 할 수 없는 일도 당연히 있지만
그럴 때는
자, 하고 서로 손내밀면 되지
평범한 일을 평범하게 즐기고 싶다고
평범하게 생각하는 우리예요

my voice, my place, my life
한 명 한 명, 다 다르게, 둥글게(마루).